PROFILE
이름 슈가(본명 민윤기)
출생 1993년 3월 9일
데뷔 2013년 방탄소년단 싱글 앨범 〈2 Cool 4 Skool〉
고향 대구(그래서 노래 가사에 ‘D Town’이 자주 등장)
취미 스피커 검색, 이케아 책자 보기
좋아하는 장소 조용한 곳
자신 있는 음식 고든 램지 스타일의 스테이크
지금 무척 졸려 죽겠다는 표정이에요.
베이징 공연 갔다가 엊그제 들어왔거든요. 오늘 새벽 5시까지 곡 작업을 하다가 ‘지금 안 자면 진짜 죽겠다’ 싶어서 겨우 눈 좀 붙이다 나왔어요.
요즘 정신이 하나도 없죠?
방탄소년단 아시아 투어 콘서트 중이거든요. 제 첫 번째 믹스 테이프가 곧 발표될 예정이고요. 공연 끝나면 곡 작업하고 녹음하고, 한국에 들어와서도 작업하고 녹음하고. 거의 공연 외에는 작업만 계속하고 있어요.
해외에 나가면 어떻게 작업을 해요?
호텔 방에서 하죠. 장비를 다 챙겨 가거든요. 호텔 방에서 녹음까지 다 할 수 있도록 세팅해서 가요.
아무리 그래도 새벽 5시까지 작업하는 건 심한데요.
오늘 이 화보 촬영이 없었으면 잠도 안 자고 계속 작업했을 거예요. 믹스 테이프 작업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거든요. 다 제 곡으로 하려니까 시간이 더 걸리기도 했고.
믹스 테이프에는 대체 몇 곡이 들어가기에 이렇게까지 고생해가면서 작업을 해요?
트랙으로 따지면 10곡 정도 들어가는데, 아직 피처링 작업도 다 안 끝나서 확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에요.
좀전에 <그라치아> 인터뷰 영상 찍을 때 보니까, 닉네임이 ‘슈가’가 아니더라고요.
네. 이번 믹스 테이프는 ‘Agust D’라는 이름으로 발표해요. 제가 예전에 가사에 썼던 ‘DT Suga’를 거꾸로 배열한 거예요. DT는 제 고향 대구, 즉 D Town을 말하고요. 의미도 좋고 부를 때도 멋있어서 외부랑 작업할 때는 이 이름을 계속 쓸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믹스 테이프도 August(8월)에 맞춰 나오니까 뭔가 좀 잘될 것 같은 느낌이…(웃음).
이번 믹스 테이프에 들어가는 음악은 어떤 분위기예요?
힙합을 기반으로 했고, 기존 방탄소년단의 음악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제가 하고 싶은 건 다 들어갔어요. 제가 누구랑 작업을 하든 누구에게 피처링을 맡기든 회사에서 전혀 터치를 안 하거든요. 대중성을 고려할 필요도 없고, 음원 순위에 연연해할 필요도 없이 작업했어요.
가사 내용은 어때요?
“어? 얘가 이랬나?”, “이런 가사 써도 돼?” 하실 거예요. 가사가 센 부분도 있고, 충격적인 점도 있을 거예요. 어쨌든 제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했으니까 전 후련해요.
무슨 연유로 회사를 통한 앨범 발매가 아니라 믹스 테이프를 내기로 한 거죠?
앨범이라고 하면 뭔가 어떤 틀 안에 갇힌 느낌이 들어요. 게다가 회사에서 프로모션도 할 테니 왠지 멜론 차트에 올라가야 할 것 같은 부담도 생기고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했으니 들을 사람만 딱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차피 안 들을 사람은 30초도 안 듣고 말 텐데, 굳이 여러 사람에게 “많이 들어주세요”라고 광고할 필요가 없죠. 그래서 앨범으로 안 냈어요. 그냥 무료 공개로 시원하게(웃음)!
평소에 관심 있는 분야가 뭐예요?
제가 꿈과 청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사회 분위기가 20대들에게 재촉만 하는 세상이잖아요. 어릴 때는 공부를 강요해요. ‘훌륭한 사람’의 기준이 명확하죠. 자신만의 꿈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에요. 그런데 막상 20세가 되면 그렇지 않잖아요. 이제는 ‘N포 세대’라고 할 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고요. 사람들이 좌절하는 이유는 미래가 안 보여서 그렇거든요. 빛이 보이면 그쪽으로 가면 되는데, 그 빛마저 안 보이니까 절망하고 나아갈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제 음악을 듣는 분들이 위로를 받고 조금이나마 걸어 나갈 수 있기를 바라요.
와, 엄청 성숙하네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해서 그런가?
13세였나, 그때 컴퓨터로 미디라는 걸 처음 접했어요. 직접 가사를 쓰기 시작한 것도 그때쯤이었을 거예요. 그러다가 17세 때 대구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죠.
아르바이트였나요?
네. 어릴 때부터 음악을 했다기보다는 일을 했다는 표현이 맞아요. 그런 식으로 작사·작곡·편곡을 했으니까. 누군가는 저보고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했다고 하는데, 사실 언더라기보다는 그냥 대구에서 음악을 한 거죠. 스튜디오에서 일하며 편곡 작업을 하거나 비트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랩도 하고 공연도 했으니까요.
그때 수입은 얼마나 됐어요?
아우, 전혀 없었어요.
일을 했다면서요.
원래 그쪽 일이 그래요. 수입이 없을 수밖에 없어요. 스튜디오 아르바이트는 식비와 교통비 하기에도 벅차요. 스튜디오 바로 앞에 2천원짜리 자장면을 파는 중국집이 있었고, 한참을 걸어가면 1천원짜리 잔치국수를 파는 집이 있었어요. 매일 고민했죠. 1천원짜리 잔치국수를 먹으면 집까지 버스로 갈 수 있고, 2천원짜리 자장면을 먹으면 거기서부터 집까지 두 시간을 걸어가야 했거든요. 그렇게 힘들었어도 음악이 하고 싶어서 버텼던 것 같아요.
그때 같이 음악 하던 사람들과도 아직 연락하며 지내요?
음악을 그만둔 사람들이 많아요. “음악은 좋아하는데 재능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던 형은 아예 힙합 뮤지션 매니지먼트를 차렸어요. 일반 회사 다니는 형도 있고, 고깃집을 운영하는 형도 있죠(웃음).
슈가는 음악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재능까지는 모르겠고, 음악 할 때만큼은 정말 진지해요. 제가 정말 대충대충 살거든요(웃음). 음악은 대충 하는 게 용납이 안 돼요. 이왕 할 거면 잘해야죠.
같이 작업해 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어요?
카니예 웨스트. 고등학교 때 알바비 대신 낙산 힙합 페스티벌 티켓을 받아서 간 적이 있어요. 그때 메인이 카니예였는데, 그 충격을 잊지 못해요. ‘Power’란 곡이 막 나왔을 때였어요. 제가 그동안 봤던 공연과는 차원이 달랐죠. 세션만 해도 12명이 넘었으니까. 음악이 아니라 예술이었거든요. 카니예잖아요. 말이 필요 없죠, 뭐. 그 사람이 하면 뭐든지 트렌드가 되니까.
가수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뭐예요?
저는 어렸을 때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긴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13세 때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웃음). 저도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이 친구는 음악을 참 감동 있게 만드는구나’라는 소리를 듣고 싶죠. 물론 그렇게 되기는 어렵겠지만(웃음).
그럼 인간 민윤기의 목표는 뭔가요?
좋은 사람이 되길 바라죠. 그런데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겠어요. 그건 제 욕심이죠. 적어도 솔직한 사람,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그래서 제가 그동안 쓴 가사처럼 인생을 살려고요. 10년, 20년이 지나고도 이 가사에 떳떳할 수 있게.
음악 외에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나요?
패션에도 관심이 많지만, 무엇보다 음악 장비나 음향 시설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외국 잡지도 많이 보는 편이고, 커뮤니티에 올라온 장비 리뷰 같은 것도 자주 읽죠. 덕분에 저희 회사에는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마이크, 컨버터 같은 장비가 많아요. 멤버들이 외국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이것저것 들여왔거든요.
의외인데요?
스튜디오에서 오래 일했잖아요. 지금은 녹음부터 믹싱, 마스터링까지 제가 다 해요. 사람들은 “그걸 왜 네가 하고 있어?”라는데(웃음), 전 그냥 이렇게 음악 하는 게 활력이고 재미거든요.
왠지 패션이라고 대답할 것 같았어요.
물론 관심 많죠. 예전에는 화려한 액세서리로 저를 돋보이게 하려고 애썼다면, 지금은 좀 성향이 바뀌었어요. 만원짜리 무지 티셔츠를 입어도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달까. 그래서 요즘은 좀 심플한 게 편해요.
래퍼인데도 불구하고 타투 하나 없어요.
저도 어릴 때는 엄청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20세가 되니까 싹 사라졌죠. 최근에 보니까 퍼렐 윌리엄스가 타투를 지우더라고요. 자기도 이걸 왜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저도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거든요. 자선 사업 같은 일을 하고 싶은데, 혹여나 안 좋게 비쳐질 수 있으니까 저 스스로 자제하고 있는 거죠.
타투를 꼭 하나 한다면 어디에 뭘 새기고 싶어요?
발가락에 점?
뭐라고요?
최대한 안 보였으면 하니까. 그런데 모르죠. 생각이 바뀌어서 내년에는 등판을 채우고 있을지도(웃음).
액세서리는 뭘 좋아해요?
반지, 팔찌, 목걸이, 시계. 다 좋아해요. 얼마 전까지는 정말 고가의 시계를 갖는 게 꿈이었어요. 남자는 그렇잖아요. 고급 시계가 성공의 척도가 되기도 하고,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하기도 하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욕심도 싹 사라지더라고요. 만약 제가 좋은 시계를 찬다면 사람들이 절 ‘멋진 사람’으로 볼까요? 오히려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누군가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신중해지더라고요.
자선 사업에도 관심이 많은가 봐요.
언론은 ‘얼마나 말랐는가’를 미의 기준으로 내세우며 이슈 몰이를 해요. 그런데 지구 반대편에는 못 먹어서 굶어죽는 친구들도 있단 말이죠. 그쪽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만큼 제가 영향력이 있고 떳떳한 사람이 된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그쪽 방향으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본인이 생각하는 그 이상적인 사람에 얼마 정도 가까이 와 있는 것 같아요?
10%? 아직 한참 멀었어요. 좀 더 멋있어야죠.
2016.10.07 그라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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